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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healing to me

[나혼자논다] 노래방 습격 사건

올해 내 목표는 내자신을 사랑하기.

긍정적인 생각으로 생활하기.

 

지금까지는 나름대로 목표를 달성하며 잘해오고 있었는데

요즘들어 쌓인 스트레스와

다이어트로 인한 치느님 영접중단으로 어디든, 무엇이로든 이 화를 발산할 곳이 필요해졌다.

 

운동을 빙자한 분노의 질주를 찍으면서 스트레스를 풀던 내가

오늘만은 운동이 하기 싫어 어쩔까어쩔까를 외치다가

소심한 주제에 혼자 노래방을 가기로 결심했다.ㅋㅋㅋㅋ

 

몇번이나 고민하고 어디 노래방을 갈까.

시내노래방으로 걸어 나갈까. 그냥 우리동네 노래방에 갈까.


친구에게도 몇번이나 묻고 또 묻고.. 밍그적거리고 있는데 엄마가 와서

(또 잔소리 폭탄을 맞을까 겁나서) 생수한병과 지갑만 들고 얼른 뛰쳐나왔다.


멀리까지 갔다가 땀뻘뻘 흘렸는데 찬바람 맞기 싫어서... 그래!! 동네 노래방! 너로 정했다!!!!


그러고 보이는 곳 중에서 적당해 보이는 곳에 들어갔는데,

맙소사.. 혼자 갔는데도 요금이 만오천원이란다..

그냥 나갈까 망설이고 있으니깐 아저씨가 서비스 많이 주겠다면서 날 잡았다...

서..비스...라는 말에 그래 뭐 이왕온거 먹는데에 돈 버리는 옛날보단 낫다싶어 돈내고

아저씨가 안내해주는 방으로 갔는데....

지금은 작은방이 다 찼다면서 단체석만한 방을... 주셨다.

그 큰룸에 혼자 덩그러니.. 서비스로 미니캔콜라하나...

아즈씨.. 저 이거 마심 앙되는데여..


그래도 또 이왕들어온거 혼자 백인분을 놀아보자는 마인드로 앉아서 미친듯이 노래들을 예약하기 시작했다.

우선 목은 좀 풀어야되니깐 발라드로 6곡정도. 나중의 초고음모드에 내 성대가 놀라지 않도록. (ㅋㅋㅋ)

그러고 예약한 목록을 보니, 정말.. 내가 나이가 들었구나 싶은 느낌이 뭉클하게 와닿았다.


죄다 10년은 더된노래들.. 거미 그대돌아오면, 린 사랑했잖아..

댄스곡들도 김현정, 엄정화 (이건거의20년을바라보는노래)


진짜 오랜만에 마음대로 남눈치 안보고 부르고 싶은 노래들을 줄 세워놓고 마음껏 불렀다.

발라드를 부르면서는 센티메탈한 감성녀,

댄스곡을 부르면서는 헤비메탈한 광녀(...)


고래고래 소리까지 질러가면서 노래를 부르다보니 쌓였던 스트레스들도 풀리고 머리속이 말끔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노래를 부르고보니, 남은시간이 벌써 1분.

서비스 넣어준댔으니깐 한30분은 더 주겠지 싶어 기다렸더니 15분 서비스를 넣어주시는 아저씨.

그래.. 또 다부르면 15분정도 더 넣어주시겠지 싶어서 물마시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또 열창에 열창.


사랑의 베터리 열창해가며 남은시간 3분을 확인하고 재빨리 다음노래로 패스패스.


아이유의 삼단고음까지 억지로 소화시키며 남은시간 1분!


엄정화 언니의 배반의 장미를 부르며 가열차게 율동까지 쉐낏쉐낏.



....헐? 1분에서 더 안올라간다. 헐????허얼???!????!?



한사람에 만오천원이나 쳐받아놓고 준다던 서비스가 고작 15분? 레알? 참트루??


순간 짜증이 확 밀려왔지만 동네장사 참 쪼잔하게 하네 생각해야지 싶어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당연히 안마셔서 두고 갈려고했던 캔콜라까지 주머니에 쑤셔넣고.(쪼잔에는쪼잔으로대처해주마)

땀 흘려서 엉망이된 몰골을 가리려고 자켓 모자를 뒤집어쓰고 나왔더니

노래방 아저씨가 날보고 한마디하더라.


"아가씨가 참. 노래를 좋아하시나보네??"


허...그럼 노래 싫어하는데 혼자 노래방옵니까?

순간 너무 화나고 뭐저런 인간이 다있나싶어서 진짜 욕은 못해도 한마디 해줘야지.

했는데 그래봤자 새파랗게 젊은게 어디서~ 같은 소리나 듣겠지 싶어 그냥 무시하고 노래방을 나왔다.


내가 공짜로 거기서 노래를 부른것도 아니고 정당하게(도 아니고 바가지씌운거 마즘.ㅇㅇ) 돈내고

돈낸만큼 논건데 내가 굳이 그런 비꼼을 들어야할 이유가 있는건지 생각을 해봐도 그럴 이유가 눈꼽만큼도 없는데.


친구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경악하면서 말했다.


세상은 20대 젊은 여자들에게 너무 불친절하고 무시부터 하고본다고.


그렇다. 10대에서 21살까지만해도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언제부터인가 느끼기 시작했다.

우리 나라는 성인이 아니라면 아직 어리니까. 나이가 많고 결혼을 했으면 어른이니까.

그런 이유들로 여자에 대한 불친절과 무시를 마음속으로 감추지만(불친절과 무시를 안한다는건 아니고)

딱 우리또래의 여자들에게는 그런 감정들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면서 본인들은 나이먹은만큼의 대우와 존경을 바란다.


그런 패턴을 보이는 사람들이야말로 본인이 내세울것없어 제일 만만해보이고 약자로 보이는 우리에게

치졸한 방법으로 피해의식을 표현하는거라고 생각하고 쿨하게 넘어가려고 하지만.


가끔은 저런 사람들이 견딜수없게 짜증나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풀러 갔다가 다시 돌려받고 올까봐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언제쯤이면 젊은 여자라서. 라는 이유로 받는 부당한 대우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결국 찬바람을 맞으면서 돌아가는 길에 사온 딸기가 내 스트레스의 해결책이 되버렸다.


이게 무슨.... 기승전딸기같은 얘기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