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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healing to me

[영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세상 아버지들의 위대함. 또 하나의 약속

금요일만 되면 모두가 너나 할 것 없이 불금을 외쳐대는 요즘,

요즘 나의 일상은 하루종일 배고픔으로 시작해서 배고픔으로 끝이난다.ㅜㅜ


다이어트의 여정은 길고도 험하다.

밖에선 맛있는 냄새들이 나를 유혹하고 집에서는 가족들이 나를 고문 시킨다.ㅜㅜ

그래도 요즘은 뭔가 안정적인 심리상태라 이것도 저것도 견뎌내는 중이다.(라고 위안..)


음식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부단히도 노력하다보니

다이어트가 끝나면 꼭 입고야 말겠다는 옷들을 마구마구 질러대고.ㅋㅋㅋㅋ

수입에 6,70 퍼센트를 차지했던 식비(진심 나는 돼지였던가..)가 확 줄어드니

뭔가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혼자 뭐든 해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요즘은 혼자서 산책이나 여가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렸을때엔 혼자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는게 정말 궁상맞은 행동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누구에게도 방해받지않고 영화에 대한 느낌을 혼자서 느끼고 감동에 젖을 수 있다는 것.

나름 매력적인 일인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막상 혼자 영화관을 가기는 쉽지 않은 일인데,


작년 이맘때...쯤은 아니고 봄 바람이 살랑살랑 불던 계절 나는 국민첫사랑으로 등극한 수지의

건축학개론은 혼자 영화관에서 봤다.ㅋㅋㅋ

혼자 보기엔 좀 부적절한 장르라고 친구들은 말했지만,

그 당시의 나에게는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사람들이 하나둘 나가는 극장에서

뭔가 가슴이 뭉클뭉클 해지는 느낌을 받아서 엄청 기억에 남는 영화중에 하나가 되었다.

(물론 수많은 커플 중에 혼자온 사람은 나하나였던듯..?ㅋㅋㅋ)



길고 긴 서론을 접어두고.

이번주 불금을 나는 혼자 영화를 보는 것으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다음날에 대한 압박도 없으니 영화를 보고 집까지 바람을 맞으면서 걷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영화 예매를 했다.





혼자 영화관에 들어가서 눈물 질질 흘리면서 나오기는 싫어서 좀 망설여 지긴 했었는데,

얼마전 친구 하나가 친척중에 한분이 제작에 투자하셨던 영화가 개봉했다면서 시사회에 다녀와서 했던 얘기가 생각나서

과감하게 또 하나의 약속을 예매했다.


영화에 대한 사전 지식은 삼성 반도체 생산직 직원들의 백혈병이 산재를 인정 받느냐 못 받느냐로 지금까지도 싸우고 있다는 것 정도.

서면에 나갔을 때 지하상가를 지나는 길에서 몇 번 본적이 있어서 어느정도 알고는 있었던 사건이였다.

그래도 뭔가 내가 직접적이거나 내 주변을 통해 간접적으로 겪지 않은 일이라 조금은 무관심했었던 것이 사실인데..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아.. 어떤 방법으로든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해야겠구나...라고 생각이 들었다.


국민학교 졸업이 다인 가방끈 짧은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해주고 싶어

착하고 성실하게 자란 착한 딸 윤미.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국내에서 제일 유명한 대기업의 반도체 공장으로 취직이 되어

부모님 집도 새로 지어드리고 남동생 대학등록금은 자신이 대주겠다고 말하던 딸은

2년도 안되 백혈병이라는 무시무시한 병을 안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힘든 형편에 딸의 병을 고치겠다며 애쓰던 가족들에게 인사팀에서 나왔다는 실장은

직원들이 모은 성의라며 돈봉투를 건내고, 사직을 권유(를 가장한 협박)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버지는 그저 회사만 믿고 사직서에 딸의 지장을 찍도록 허락해준다.


실제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보는 이들에게 힘없는 사람들의 비참한 현실과 돈 앞에서는 괴물이 되는 사람들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새마을운동으로 엄청난 속도의 발전을 이루었고 어떤 기업은 국내를 넘어서 세계에서도 알만한 기업이 되었지만

이건 그저 단면적인 모습일 뿐이다.


그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 희생된 힘없는 약자들과, 그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 무시된 근로자들의 권리.

우리는 그런것들을 알고 있으면서도 눈 감고 모른척 하고있다.

그저 좀 더 빨리. 좀 더 많이. 발전했다는 성과만 보여지면 대단하다고 칭송받는 이 사회에서

그틈에 끼여 아무것도 모른채로 희생되는 개인들에게 제대로 발언권조차 주어지지 않는 상황이 정말 괜찮은 걸까.


화가나고 억울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내가 나서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비정상적인 일을 바로 잡으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소외당하고 외면받는 사회가 지금 내가 사는 사회니까.

그래도 누군가는 그런 것들을 감수하면서 조용하고 쓸쓸하게 투쟁을 한다.

내가 그 틈에 낄수는 없지만 그런 사람들을 보게된다면 남들처럼 소외시키거나 외면하지는 말아야지..

그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대한인것 같다. 비겁하지만..ㅜㅜ


영화가 끝나고나서, 영화의 실제 모델이된 분들의 사진과 제작에 도움을 준 일반 시민들의 이름이 엔딩크레딧으로 올라온다.

친구에게 들어보니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번지르르한 광고카피로 떠들던 그 기업에서 영화 개봉을 막으려고해서 투자자도 못찾고

시민들의 모금으로 모인 돈으로 개봉을 했다고...


이 영화가 좀 더 알려져서 사람들이 많이 보고,

아직까지도 끝나지 않는 싸움을 하고 있을 영화속의 그분들에 대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응원하게 됐으면 좋겠다.



영화 특별 메이킹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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