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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murmur

스물일곱의 시작, 힘내자 청춘이여

항상 연말은 재수없음의 끝을 찍어주는 나의 징크스 덕분에,

스물셋의 연말 이후부터 몇년간의 나는 정말이지 눈물의 연말을 보내왔었다.


정말 거짓말이랑 과장을 안보태고 12월 31일.. 혹은 30일은 빠지지않고 눈물바람이었다.

재작년까지가 삼재끝! 이라고해서 작년 한해는 좀 나아지겠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왠걸... 삼재 저리가라할 다이나믹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니던 직장인 쇼핑몰에는 정말 끝장을보고 뛰쳐나와서 한달을 꼼짝없이 백수로 살면서 우울했고,

웹디자인이 아닌 웹개발에 도전하기로 하고 학원을 다니면서 대학생활 때보다 훨씬 궁핍하고 서러웠으며,

....일상처럼 익숙해진 사람과도 무덤덤한 이별을 하고 한동안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모든 것들이 말도 안될 정도로 나를 몰아갔고 우울과 짜증, 자괴감에 빠뜨렸다.

그만둔 직장에서 받았던 스트레스 때문에 연초에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살이 쪄 회복불가능 상태가 되었고,

그 살들은 일년간 나를 떠나지 않았다..

지금도 나는 아가리 다이어트를 하고있다. 망할.ㅠㅠ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렵게 결정했던 개발자로의 전향은 전-혀 화려하지 못했다.


몇 번의 면접에 떨어지고 운이 좋게 입사가 결정된 곳에서는 새해까지 날 기다려 주겠다더니

출근하기로한 삼일전 입사취소를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

아...이건 정말 나를 멘붕의 끝까지 빠뜨렸다.


그래도 세상에 죽으란 법은 없구나..새해에는 털어내고 새롭게 시작하자!

하고 다짐했던 각오들은 한방에 다 날라가더라..ㅠㅠ

또다시 연말은 더 있을 것 같지도 않았던 바닥으로 나를 이끌어 1월1일 새해는 정말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이승기랑 윤아가 스캔들이 터진 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나를 보며

친구들은 니가 진짜 정신줄을 놓기는 놓았었구나..하고 인정까지 받았다.


하지만 나는 이제 더이상 어리다고 용서가 되는 나이가 아니다.

스물일곱.. 멘붕에 빠져서 정신줄을 완전히 놓쳐도 오랫동안 회복을 못하고 넋을 놓을 수 없는 나이.

직장이 없거나 남자친구가 없거나... 아님 둘다 없으면 하자있는 사람 취급을 받을지도 모르는 나이...

그렇다. 나는 이제 그런 나이다.ㅠㅠ 맙소사!

그러니깐 정신차리고 직장을 찾든지 남자를 찾든지.. 둘중 하나는 해야한다.

그래서 나는 내 커리어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선택과 집중!


집에만 틀어박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첫 출글은 할꺼라고 들떠있었던 날에,

다른 회사에 면접을 보러갔고 면접을 보고는 친구를 만나 서면에 나갔다.

시계를 선물받았고 3시간내도록 지하상가와 백화점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힘을 내기로 또다시 다짐했다.

올해는 조금더 나아질꺼라고 그래서 나를 더 사랑할 수 있을꺼라고 더 나은 어른이 될 수 있을꺼라고.


시원한 라떼 한잔과 수다로 나는 올해의 스타트를 끊었다.




시작! 힘내자, 나는 아직 청춘이다.